20대가 유선 이어폰을 다시 꽂는 이유
에디터 세나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지난주 성수동 카페에서 옆자리를 봤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맥북에 유선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흰색 EarPods도 아니고, 투명 케이블에 은색 하우징이 달린 제법 신경 쓴 이어폰이었다. 목에 걸린 케이블이 오히려 액세서리처럼 보였다.
한 명이면 취향이다. 그런데 지하철에서도, 대학가에서도 유선 이어폰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에어팟 프로가 40만 원을 넘는 시대에, 왜 줄 달린 이어폰이 다시 꽂히는 걸까.
- 유선 이어폰의 회귀는 Y2K 감성만이 아니다. 충전 피로, 배터리 열화, 가격 대비 음질까지 합리적 이유가 쌓여 있다.
- 동급 음질 기준 유선은 무선의 5분의 1 가격. 코덱 병목도, 지연도, 배터리 수명 걱정도 없다.
- 무선을 버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음악만 듣는 용도라면, 3만 원짜리 유선이 30만 원짜리 무선보다 합리적이다.
줄 달린 이어폰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틱톡에서 "wired earphones aesthetic"을 검색하면 조회수 2억 뷰가 넘는다. 인스타그램에서도 #wiredearphones 해시태그 게시물이 2024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Y2K 패션이 옷에서 시작해 액세서리로 번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 흐름이 단순한 레트로 감성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선 이어폰 판매량도 반등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유선 이어폰 시장은 2023년 바닥을 찍은 뒤 2025년부터 소폭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이걸 단순히 "유행은 돌고 돈다"로 치부하기엔, 돌아온 이유가 꽤 구체적이다.
무선 이어폰의 피로감, 생각보다 크다
에어팟이 처음 나온 게 2016년이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무선 이어폰을 쓰면서 쌓인 불편함이 있다.
충전. 이어폰을 충전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상하지 않은가. 출근 전에 깜빡하면 지하철에서 먹통이 된다. 케이스 배터리까지 관리해야 하는 건 덤이다.
한쪽 분실. 오른쪽만 잃어버린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소파 쿠션 사이, 택시 뒷좌석, 세탁기 안. 한쪽이 사라지면 30만 원짜리가 쓸모없어진다.
배터리 열화. 2년 쓴 에어팟의 배터리는 처참하다. 처음에 6시간이던 재생 시간이 2시간대로 줄어든다. 교체 비용은 개당 10만 원 안팎. 환경 문제까지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지난달 친구가 에어팟 프로 2세대를 2년 만에 바꿨다. 이유를 물었더니 "배터리가 한 시간밖에 안 가서"라고 했다. 40만 원짜리 제품의 수명이 2년이라니, 가성비로 따지면 처참한 숫자다.
유선이 음질에서 이기는 구간이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소리를 압축해서 전송한다. SBC 코덱은 328kbps, AAC은 256kbps가 한계다. LDAC이 990kbps까지 올렸지만, 유선은 이런 병목 자체가 없다. 3.5mm 잭으로 들어오는 아날로그 신호는 압축과 무관하다.
체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차이를 못 느낀다. 지하철 소음 속에서 멜론 스트리밍을 듣는다면 코덱 차이는 의미가 없다.
그런데 조용한 방에서 FLAC 원본을 재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선 이어폰의 소리가 한 꺼풀 벗겨진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3만 원짜리 유선 이어폰이 15만 원짜리 무선 이어폰을 이기는 순간이 실제로 존재한다.
여기에 지연(레이턴시)도 빠뜨릴 수 없다. 무선 이어폰은 아무리 좋아도 40~80ms의 지연이 생긴다. 유튜브 감상이야 문제없지만, 리듬 게임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면 이 지연이 치명적이다. 유선은 사실상 0ms다.
| 항목 | 유선 이어폰 | 무선 이어폰 (TWS) |
|---|---|---|
| 음질 상한선 | 코덱 제한 없음 | LDAC 990kbps 한계 |
| 지연 (레이턴시) | 사실상 0ms | 40~80ms |
| 충전 | 불필요 | 케이스+이어폰 이중 충전 |
| 분실 위험 | 낮음 (줄로 연결) | 높음 (한쪽 분실 빈번) |
| 배터리 수명 | 영구 | 2~3년 후 열화 |
| 가격대 (동급 음질) | 1~5만 원 | 10~40만 원 |
| 휴대성 | 케이블 정리 필요 | 케이스 하나로 끝 |
| ANC (노이즈캔슬링) | 미지원 | 지원 |
동급 음질 기준으로 가격 차이가 5~8배다. 유선의 가성비가 압도적이라기보다, 무선의 가격에 "편의성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는 뜻이다.
패션 아이템이 된 이어폰 줄
Y2K 트렌드가 유선 이어폰을 다시 불러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옛날 것이니까 힙하다"는 아니다.
투명 케이블, 컬러 이어팁, 메탈 하우징. 유선 이어폰은 디자인 자유도가 무선보다 훨씬 높다. 무선 이어폰은 케이스 안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지만, 유선은 목에 걸리고, 귀에서 늘어지고, 옷 위로 드러난다. 이 "드러남"이 패션 포인트가 된다.
실제로 일본 오디오 브랜드 파이널(final)이나 중국의 무딘(Moondrop) 같은 브랜드가 디자인에 공을 들인 유선 이어폰으로 MZ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3~5만 원대에 음질도 괜찮고, 사진 찍으면 예쁘다. "가성비 + 감성"이라는 조합은 꽤 강력하다.
디지털 디톡스, 그 미묘한 심리
하나 더. 유선 이어폰에는 "연결"이라는 물리적 행위가 있다. 스마트폰에 줄을 꽂는 순간, "지금부터 음악을 듣겠다"는 의도가 생긴다. 무선처럼 항상 귀에 꽂고 다니면서 알림을 받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무선 이어폰은 편하지만, 그 편함이 "항상 연결된 상태"를 만든다. 어디서든 통화가 되고, 알림이 들리고, AI 어시스턴트가 대기한다. 유선 이어폰을 쓴다는 건 그 연결을 잠시 끊겠다는 선택이기도 하다.
과장하려는 건 아니다. 유선 이어폰이 디지털 디톡스의 도구라고 하면 웃기는 얘기다. 그냥, 줄을 꽂고 음악만 듣는 그 단순함이 좋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기반
이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
- Counterpoint Research — Global TWS & Wired Earphone Market Report(2026-03-10 기준)
- TikTok #wiredearphones 해시태그 트렌드 분석(2026-03-12 기준)
- Head-Fi 커뮤니티 유선 이어폰 리뷰 종합(2026-03-10 기준)
이 분석은 위 데이터를 종합하여 MABRO 데이터 엔진이 생성하고, 에디터 세나가 사실 관계와 트렌드 정확성을 검수했다.
자주 묻는 질문
줄이 다시 꽂히는 건 트렌드가 아니라 합리다
유선 이어폰의 복귀를 "레트로 유행"으로만 보면 절반만 맞다. 충전 피로, 배터리 수명, 가격 대비 음질. 무선 이어폰 10년의 불편함이 쌓인 결과가 지금의 흐름이다.
무선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ANC이 필요하고 통화를 자주 한다면 무선이 맞다. 하지만 "음악 듣는 용도로 이어폰 하나 더 사야지" 할 때, 3만 원짜리 유선 이어폰은 놀랍도록 합리적인 선택이다.
30만 원짜리 무선의 반대편에, 3만 원짜리 유선이 있다. 10배 차이 나는 가격에서 10배 차이 나는 만족을 주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다.
유선 이어폰 하나 사서 카페에서 꽂아보길 권한다. 뭔가 새로운데, 익숙한 그 느낌을 알게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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